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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A030302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다일

최서원[1980년생] 씨는 광주광역시가 고향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올라온 서울에서 최서원 씨는 서울 구로동에 있는 게임 잡지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때가 2004년이니 벌써 6년이 지난 일이다. 당시는 구로디지털단지가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많은 건물들이 공사 중이었고, 아파트 단지도 터를 파고 있거나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를 무렵이었다.

최서원 씨가 다니던 게임 잡지사가 구로동에 자리 잡은 이유는 또 있었다. 게임을 비롯해 IT 관련 업체들이 구로동으로 속속 이전해 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벤처 열풍으로 생겨난 IT 업체들이 서울의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강남의 알짜배기 땅에 코스닥 열풍의 힘을 얻고 들어선 업체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스닥 열풍은 잠시에 지나지 않았고, 곧 IT 업체들은 현실적인 생존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IT 기업이 모이는 구로동]

2004년 즈음에는 구로동으로 이전해 오는 IT 기업들이 많았다. CJ인터넷을 비롯한 굵직한 게임 업체들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최서원 씨가 다니던 게임 잡지사도 구로동에 자리를 잡았다. 인근 지역에 같은 업종 사람들이 많은 것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최서원 씨가 첫 직장으로 다니면서 느꼈던 구로동은 ‘어중간함’이었다.

2004년 10월에는 구로공단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분위기도 공장들이 빠져나간 공단 지역에서 젊고 활기찬 IT 기업들이 모인 벤처 타운으로 바뀌었다. IT 회사들이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치 제2의 구로공단이 탄생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은 예전 구로공단이 생겼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에이스 트윈타워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이재은[1956년생] 씨는 “구로디지털단지는 사람들이 출퇴근할 때 줄서서 걷는다.”며 출근길 풍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재은 씨의 말이 낯설지가 않았다. 구로동의 옛 모습을 설명하던 이인엽[1955년생] 씨의 말과 닮았던 것이다. 이인엽 씨는 “구로공단이 한창 잘 나갈 때는 여기 사람들이 줄서서 다녔어요. 아마 명동보다 사람이 더 많았을 거예요.”라고 말했었다. 당시 이인엽 씨의 말을 듣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재은 씨의 말을 듣고 구로디지털단지역의 출근길 풍경을 직접 보니 정말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출근하고 있었다.

[첫 직장이 있던 구로동으로 다시 돌아오다]

최서원 씨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게임 잡지사를 다니다가 분당에 있는 (주)NHN게임즈라는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로동에 잡았던 보금자리도 분당으로 옮겨 갔다. 그 뒤로 몇 년이 흘렀고, 최서원 씨는 2010년 다시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사를 왔다.

6년 만에 분당에 있던 회사가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전한 것이다. 구로에 다시 온 지 6개월쯤 지났다는 최서원 씨는 불과 6년 만에 달라진 것이 많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제일 먼저 느낀 게 원룸과 오피스텔이 많이 생겨났다고 했다. 2004년 만해도 구로동 근처에서는 깔끔한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빌라나 주택의 옥탑방, 혹은 지하방을 월세로 구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중국인이 많은 가리봉동은 부동산에서 추천하지도 않고 한국 사람이 들어가 살기에 맘이 편할 것 같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남쪽으로 한 블럭이 거의 원룸촌을 이루고 있다. 보통 6~7평[19.83~23.14㎡] 정도 하는 좁은 오피스텔이지만 에어컨에 TV, 침대까지 어지간한 살림살이를 모두 제공해 준다. 가격은 대강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정도. 최서원 씨처럼 지방에서 회사를 찾아 올라온 사람은 거의 대부분 구로동 인근에서 집을 구해 살고 있다. 서울이 집인 사람도 출퇴근길이 멀고 불편해서 저렴한 오피스텔에 들어가 사는 경우도 있다.

또 달라진 점이 있다. 음식점과 유흥 문화가 바뀌었다. 2004년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는 ‘공단 캬바레’, ‘공단 안마’ 등등 ‘공단’이란 이름을 가진 업소들이 많았다.

또 분홍색과 파란색 등 형형색색으로 꾸민 조그마한 술집들, 소위 ‘방석집’이라 불리는 술집들이 역 앞에 늘어서 있었다. 지금도 이런 유흥업소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밝은 인테리어를 한 대중 음식점들이 많이 늘어났다.

[변화하는 구로디지털단지]

6년이란 짧은 세월 동안 젊은 직장인 최서원 씨에게 일어난 변화도 만만치 않았지만 1960년대부터 이어진 구로동의 변화는 천지개벽이라고 할 만하다. 논과 밭이 공장이 되고 다시 공장이 벤처 빌딩으로 변하는 세월 동안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저 회사 따라서 몇 년 왔다가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구로동에서 오랜 변화를 지켜 본 사람들의 이야기와 짧은 6년간의 변화를 지켜 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았다. 구로동이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제공]

  • •  이인엽(남, 1955년생, 구로구 구로3동 주민, 구로3동 주민자치위원장)
  • •  최서원(남, 1980년생, 구로구 구로동 주민, (주)NHN게임즈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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